Page 80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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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종에서는 삼성공유의 이치를 중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장은

           이를 비판하며 원융무애한 중도로 평가하지 않는다. 삼성공유라는 개념
           에 중도적 특성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완전한 중도, 부처님의 제일의제

           로서 근본사상을 전하는 종파로는 취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식종을 대
           승사상이 시작되는 교설이라는 뜻으로 대승시교大乘始敎로 분류했다.

             여덟째, 진공절상종眞空絶相宗이다. 모든 것이 텅 비어서 모든 상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대승돈교大乘頓敎가 여기에 해당한다. 진공절상이란

           마음과 경계, 즉 자아[아我]와 현상[법法]이 전부 텅 비었다는 뜻이다[심경양
           망心境兩亡]. 이는 마음과 경계 양쪽이 모두 없어지는 진공眞空으로서 쌍차雙

           遮를 표현한 것이다.



             중도에 충실한 대승교설



             아홉째, 공유무애종空有無碍宗이다. 공空과 유有가 서로 걸림이 없다는
           것으로 대승종교大乘終敎에 해당한다. 공과 유가 서로 걸림 없이 융통하여

           ‘공’이라 할 수도 없고 ‘유’라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공과 유가 완전히 없

           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있다. 서로 원융하여 쌍으로 단절되었나[호융쌍절互
           融雙絶] 서로가 존재하는 것을 방해하지도 않는다[불애양존不碍兩存]. 이렇게 공
           과 유가 ‘서로 양쪽이 존재하는 것을 장애하지 않는다’는 것은 둘 다 긍정

           하는 쌍조雙照를 뜻한다. 진공절상은 쌍차만 주장하여 일체가 공이라는
           견해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화엄종에서는 돈교頓敎로 보았다. 반면 공유

           무애는 모든 것이 다 공하여 양쪽이 다 끊어졌지만 동시에 양쪽이 다 존
           재하는 것을 장애하지 않음으로 쌍조雙照가 되어 양쪽을 다 긍정한다.

             열째, 원융구덕종圓融俱德宗이다. 원융하게 덕을 구비했다는 것으로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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