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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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해설 70



                          화엄의 십종교판과 중도



                                                   서재영 |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구마라집 이후 방대한 경전들이 한역漢譯되면서 중국불교계에는 교학

           적 혼란이 발생했다. 자연히 이들 경전이 등장한 시기와 내용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당대까지 번역된 모든 경전을 분

           석하여 경전이 등장한 시기와 내용을 분류하는 교학체계가 등장하게 된
           다. 이를 ‘교상판석敎相判釋’ 또는 줄여서 ‘교판敎判’이라고 하는데 ‘부처님

           의 가르침을 세분하여 해석한다.’는 뜻이다. 수당시대에 수십 종에 달하
           는 교판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천태지의의 천태교판과 현수법장의 화

           엄교판이 교판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 두 교판의 특징은 살펴보
           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청량징관의 교판敎判


             첫째, 시기적 분류인가 내용적 분류인가이다. 천태교판은 오시팔교五

           時八敎로 분류된다. 경전의 설법시기를 다섯 시기로 구분하고, 교설의 내
           용에 따라 화법사교化法四敎와 화의사교化儀四敎라는 여덟 가지 주제로 세

           분했다. 이에 반해 화엄교판은 오교십종五敎十宗으로 분류했다. 먼저 현수
           법장은 부처님의 일대시교를 오교십종으로 정리했다. 소승교(小乘敎: 『아함

           경』), 대승시교(大乘始敎: 『해심밀경』), 대승돈교(大乘頓敎: 『능가경』, 『승만경』),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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