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P. 20
지혜와 빛의 말씀
일체는 융화요, 만법은 평등
성철 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제6·7대 종정
붉은 해가 높이 솟아 시방세계를 밝게 비추니 남극의 펭귄과 북극의
곰들이 떼를 지어 환호합니다.
붉은 해가 푸른 허공에 빛나 험준한 산과 아름다운 꽃밭을 골고루 비
추니 암흑이란 찾아볼 수 없으며 오직 광명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에 일체가 융화하고 만법이 평등하여 바다 밑에서 불꽃이 훨훨 타오
르고 불꽃 속에 얼음기둥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악마와 부처가 한 몸이요, 공자와 노자가 함께 가며 태평가를 높이 부
르니 희유한 성인 세상이란 이를 말함입니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은 봉우리마다 연꽃송이요, 낙동강 칠백 리는 굽이
굽이 풍악입니다.
향기 가득한 황금 독의 물을 앞집의 장 선생과 뒷집의 이 선생이 백옥
잔에 가득 부어 서로서로 권할 적에 외양간의 송아지와 우리 속의 돼지가
함께 춤을 추니 참으로 장관입니다.
때때옷의 저 친구들은 앞뜰에서 뛰놀고 녹의홍상의 아가씨는 뒷마당
에서 노래하니, 서 있는 바위 흐르는 물은 흥을 못 이겨서 환희곡을 합주
합니다.
고양이 님은 쥐를 업고 토끼 씨는 사자를 타고 삼오야 밝은 달에 노래
하며 춤을 추니 반짝이는 별님들은 웃으며 축복합니다.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