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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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세계 10
간다라 미술로 보는 부처님 전법기 미술
유근자 | 동국대 겸임교수·미술사
범천권청梵天勸請은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께 범천이 중생들을 위해 법
을 설해 줄 것을 간청해 전법轉法이 이루어진 것으로, 불교가 세계적인 종
교가 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고 나서 자신이 깨
달은 바가 너무 심오해 중생들에게 법을 설해도 그들이 알아듣지 못할 것
을 염려해 설법을 주저했다. 처음에는 제석천이 법을 설해 줄 것을 청했
지만 부처님은 거절했다. 다음으로 범천이 세 번에 걸쳐 간곡하게 설법해
줄 것을 청하자 부처님은 설법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범천권청
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범천
부처님은 왜 제석천의 권청은 물리치고 범천의 권청을 받아들였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기원전 2세기 경 그리스계의 메난드로스(Menandros,
또는 Milinda) 왕과 나가세나Nāgasena 스님과의 문답서인 『미린다팡하
Milindapañhā』와 『대지도론大智度論』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메난드로스 왕은 “부처님은 공포 때문에 설법을 망설인 겁니까? 아니
면 설법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몸이 쇠약해져 있었기 때
문입니까?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나가세나 스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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