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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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타들어오는 조롱 속에 있는 새처럼 불안해져, 처음의 약속을 잊은

           채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옛날과 다름없이 부처님을 맞아 시중을 들었
           다. 어떤 이는 3의三衣와 발우를 받아들고, 어떤 이는 앉을 자리를 마련하

           고, 어떤 이는 발 씻을 물을 떠오는 등 서로 다투어 시중을 들었다. 그러
           나 이들은 여전히 부처님을 고따마라고 불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너희들은 어찌하여 교만한 마음으로 어른의 성姓

           을 함부로 부르느냐? 자식이 부모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세속의 법에도
           옳지 못하거늘, 하물며 일체 중생의 부모가 된 나를 그렇게 불러서야 되

           겠느냐?”라고 꾸짖었다. 그들 다섯 수행자는 아직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
           었다는 것을 몰라 교만심 때문에 세속에 있을 때의 이름인 싯다르타, 성

           姓인 고타마 등으로 불렀다.



             불교의 4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첫 설법지인 녹야원은 바라나시 시가
           지에서 북쪽으로 6km 지점인 사르나트Sārnath에 위치하고 있다. 녹야원

           에 도달하기 전에 다섯 수행자와 부처님께서 만났다는 차우칸디 언덕이
           있다. 이곳에는 탑이 건립되었으나 이슬람 세력은 인도를 침략한 이후에

           탑 위에 망루를 세웠다(사진 3). 망루에 오르면 녹야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
           어온다(사진 4).



             간다라 불전미술에는 고행을 포기한 부처님을 타락한 수행자로 여기

           고 곁을 떠났다가 재회한 순간이 드라마틱하게 표현되어 있다(사진 5). 부
           처님께서 앉을 자리, 발 씻을 물이 든 주전자, 더위를 식혀줄 부채를 든

           수행자의 모습이 잘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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