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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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보살은 누구일까요. 인기투표를 한다면, 단

           연 ‘관세음보살ʼ이 아닐까 합니다.
             『삼국유사』에 경덕왕 때 희명이라는 여인의 눈 먼 아이가 분황사의 천

           수관음 앞에 노래를 지어 바치고 빌었더니 눈을 떴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동해 낙산사에 관음의 진신이 머물고 있다는 믿음도 의상, 원효 스님의

           행적과 함께 전해 옵니다. 이로 미루어 보면 한국의 관음신앙은 불교 전
           래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관음은 어떤 존재일까요? 이에 대한 이해의 단서는 신들의
           종교라고 불러도 좋을 힌두교에서 찾는 것이 빠를 듯합니다. 불교의 ‘관

           세음보살ʼ에 대응하는 힌두교의 신은 ‘시바Shivaʼ입니다. 인도 사람들에게
           시바는 최고의 신 중 하나로 숭배되는 신입니다. 이들에게 시바는 삶과

           죽음을 주관하는 창조자이자 파괴자, 악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는 수
           호자입니다. 시바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어도 다 들어주는

           신으로 확신합니다.
             한국 불자들에게 관세음보살은 인도인들에게 시바 신과 거의 같습니

           다. 불교는 신을 인정하지 않는 종교인만큼 공공연히 신으로 떠받들지는
           않지만 신앙 행태를 보면 거의 신적 존재입니다. 불자들이 뚜렷이 인식을

           하든 않든, 관세음보살은 ‘인과ʼ를 초월한 가피력을 발휘하는 - 시바가
           창조의 신이자 파괴의 신인 것과 같은 - 존재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죄가

           있든 없든 그 이름만 불러도, 언제 어디서 어떤 고난을 만나든 다 구제해
           주는 보살입니다. 좀 고상하게 말하면 ‘보문시현普門示現ʼ입니다. 어찌 좋

           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한국 불자들에게 관세음보살은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직설하자면

           안 되는 것도 되게 해 달라고 떼를 쓸 수 있는 대상으로 존재하는 보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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