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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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존재하는 사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사과가
있고 그 형체는 둥글고 색은 빨갛다’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좀 더 깊이
관찰해 봅시다. 형체나 색도 시각으로 파악한 것이고 시각 중에 있는 것
입니다. 즉 시각이라는 마음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사과의 형체나 색도
마음속에 있는 셈입니다. 보이는 대상인 사과도 마음속에 있고, 보는 시
각도 마음이기 때문에 사실 보는 것은 ‘마음이 마음을 본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식에서 설하는 마음의 기본 구조입니다. 유식의 용어로 설명하
면 보이는 마음을 ‘상분相分’, 보는 마음을 ‘견분見分’이라고 합니다.(『마음의
비밀』, 민족사, 2013, 김명우 옮김) 어려운 용어라서 상분과 견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처럼 의식은 다른 마음[전오식, 말나식, 아뢰야식]과 다른 자신만의 독특
한 작용을 하는 마음입니다. 다음호에는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
하는 ‘말나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허암 불교학자. 유식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유식삼십송과 유식불교』·『마음공부
첫걸음』·『왕초보 반야심경 박사되다』·『범어로 반야심경을 해설하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마음
의 비밀』·『유식불교, 유식이십론을 읽다』·『유식으로 읽는 반야심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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