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P. 89
연히 밖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소리에 의식을 향하게 하면, 속쓰림이
나 손가락의 통증이 완화됩니다. 즉 의식의 스포트라이트를 어디로 향하
는가에 따라 통증은 심해지기도 하고 완화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도 즐
겁습니다만 너무 대화에 빠져 버리면 음식 맛을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
다. 그러나 혀 안의 음식 맛에 의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봅시다. 그러
면 ‘맛있는 음식 맛’이 의식에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의식의 스포
트라이트를 ‘무엇’에 비추는가에 따라 세계의 상태는 변합니다.
그래서 유식에서는 의식을 ‘명료의明了依’라고도 합니다. 명료의란 ‘의식
은 대상을 명료하게 이해[요해了解]하는 원인[의지처]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신체나 사물뿐만 아니라 의식을 어느 ‘시간’에 향하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일어난 것에만 의식이 향하는 사람은 “어
떻게 내가 그런 짓을 했을까”라고 후회하면서 고통스러워합니다. 또한
의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미래에만 향하는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
고 걱정하고 불안해합니다. 물론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과거는 이미 지난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
니다. 따라서 과거도 미래도 실재하지 않습니다. 실재하는 것은 지금 있
는 현재입니다. 그래서 의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야 할 것은 현재입
니다. 그렇지만 ‘지금[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을 명상이나 참선을 해본 분은 잘 알 것입니다. 호흡명상을 할 때 후회스
러운 과거의 생각이나 불안한 미래의 생각을 가라앉히고 지금[현재]하고
있는 호흡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후회와 불안한 생각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식을 계속
해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호흡에 집중하게 되고 마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