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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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록』 읽는 일요일 2



                       마음에 탱크가 지나가더라도



                                                               곰글 | 불교작가





                한 스님이 조주에게 와서 물었다.

                “오래 전부터 조주의 돌다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와 봤는데 그
                냥 초라한 외나무다리가 아닙니까?”

                “그대는 왜 외나무다리만 보고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가?”
                “그 돌다리란 어떤 겁니까?”

                “나귀도 건너가고 말도 건너가지!”   (『벽암록』 제52칙)



              선종의 강령 가운데 하나가 불립문자不立文字다. 깨달음을 언어로 알려
            고 하지도 말고 가르치려고 하지도 말라는 의미다. 하지만 ‘문자를 세우

            지 말라’는 것도 하나의 말이다. 인간이란 사고하고 소통하는 본질적 수
            단인 언어를 떠나서는, 세상을 인식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동물이

            다. 밥을 달라고 하던 법을 펴려고 하던, 어쨌거나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다. 결국 누군가 깨달음에 대해 물어올 때 선사들은 언어를 최소화해서

            교육하는 고육책을 쓰는데, 그것은 대개 짤막한 대화의 형태로 드러난다.
            선문답이다.

              『벽암록』은 대표적인 선어록이다. 역대 공안公案 1701칙則 가운데 학
            인들의 참선수도에 크게 도움이 될 만한 100칙을 선별해 묶었다. 100개

            의 공안 각각에 설두(雪竇, 980~1052)라는 스님이 송을 붙이고 원오(圓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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