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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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구산선문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노력했던 태고는 많은 수행자들

           이 하루 속히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때문에 찾아오는 수행자들에게 그 사람의 근기와 수행정도에

           걸맞은 명호, 가령, 운산, 석계, 혹은 고송, 철우, 죽암 등의 명호시를 지
           어 주었다. 다음은 ‘운산’이라는 법호를 가진 자에게 지어준 명호시이다.



                흰 구름 구름 속에 푸른 산 거듭되고  백운운리청산중白雲雲裏靑山重

                푸른 산 산 가운데 흰 구름도 많구나  청산산중백운다靑山山中白雲多
                해와 구름과 산은 오랫동안 친구 했는데  일여운산장작반日與雲山長作伴

                너희가 내 집이라 이 몸 편안 하구나. 안신무처불위가安身無處不爲家
                                                                                      - 「운산雲山」



             흰 구름과 푸른 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납자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운

           산’이라는 자연으로 투영하여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청정지심으로
           객관 세계를 관조하고 있는 화자는 ‘운산’이라는 법호의 주인공이 백운과

           청산의 모습처럼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아무런 걸림이 없는 이른바 부
           주심不住心, 무상심無常心의 선적 상징인 흰 구름은 때로는 청산과 어울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출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흰 구름은 자연을 벗 삼
           아 일평생을 무심하게 살고자 했던 태고의 자연과 깨달음의 세계가 둘이

           아닌 무심합도無心合道의 선적 표현으로 변주되고 있다.
             선사들이 남긴 이승의 마지막 법문에는 일체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

           영원한 대자유의 삶을 사는 방법이 함축되어 있다. 그 입멸의 순간에 던
           지는 ‘깨달음의 노래’가 ‘임종게’이다. 여기에는 생사의 걸림이 없는 자유

           자재함과 결코 미묘한 선의 세계가 담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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