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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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록』 읽는 일요일 3
장수의 비결
곰글 | 불교작가
유명한 사람이나 지체 높은 사람들의 경우 이름과는 별도로 호號를 갖
는다. 승려에게도 더러 호가 있다. 법명 앞에 붙이며 법호法號라 한다. 스
승이 제자의 지혜와 연륜을 치하하며 하사하거나 제자 스스로 자신에게
선물한다. 아울러 법호를 덧붙이면 법호를 포함해 스님들의 법명은 네 글
자가 되는 것이다. 중국의 옛 선사들도 그렇다. 다만 그들의 법호는 자기
를 드높이는 수식어의 성질은 아니다. 대개 생전에 본인이 주로 머물면
서 수행하고 포교하던 지역이나 사찰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조계혜능은
‘중국 조계산에 사는 혜능 스님’ 임제의현은 ‘하북성 진주 임제원院에 사
는 의현 스님’ 역산유엄은 ‘호남성 약산에 사는 유엄 스님’ 동산양개는 ‘강
서성 동산에 사는 양개 스님’이라는 의미다. 조주종심도 마찬가지. 그는
현재 조현趙縣이라 불리는 북경 인근의 마을 조주趙州에서 말년을 보냈다.
종심從詵은 원래의 법명이다. 결국 ‘조주에 사는 종심 스님’인 셈이다. 일
견 ‘동네 아는 형’처럼 친근함과 푸근함이 배어난다.
『동의보감』은 인간의 최대수명을 120세로 보고 있다. “사람이란 만물
의 영장이다. 타고난 수명은 본래 4만3200여 일이다. 그래서 만약 이름난
스승을 만나 비결을 받고 신심을 내어 노력해 구한다면 비록 120살이 되
더라도 건강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 바로 조주의 일생이 한의학이 주
목해온 실제 사례다. 어려서 인물사전을 읽는 게 취미였고 그들의 생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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