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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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어느 정당에 가입해서 부녀분과위원장인가를 맡아서 선거운

            동을 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1박2일 연수에 다녀오더니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당신이 교육이 끝나고 치른 시험에서 일등을 했다고 자랑하셨

            다. 칭찬은 고사하고 왜 저런 일을 하시나 하고 외면했던 자식들에게 서
            운했던지 내가 결혼하고 얼마 후, 남편을 데리고 다락에 올라가더니 그때

            받은 상장을 보여주면서 자랑을 하셨단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어머니의
            유일한 사회생활이자 자긍심이었을 텐데, 칭찬해드리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고 죄송하다.
              어머니는 삶도 잘 마무리하셨다. 연세가 드시자 자식들에게 머리를 숙

            일 줄 아는 지혜를 발휘했고, 자신을 모신 자식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인
            사를 자주 하셨고, 크게 편찮지 않고 잘 가셨다. 안양월이란 법명을 가지

            셨으니 편안한 곳으로 다시 오셨으리라 믿고 싶다.
              “단결에 해라.” 어머니가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무엇에도 분별함이 없

            이 무심한 마음으로 현재를 늘 활발하게 사셨던 어머니의 삶에서 나온 지
            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삶은 지금 여기뿐인 것을 깨달아 ‘행복하니

            불행하니, 좋으니 싫으니’ 하는 분별없이 ‘지금 여기’를 사셨던 어머니가
            ‘다음에 할게’를 입에 달고 살았던 나를 얼마나 안타깝게 여기셨을까 싶

            다. 그래도 나무라지 않고 ‘너는 많이 배웠으니 훌륭하다’고 여겨주며 응
            원해주셨던 어머니께 스승의 날을 맞아 고백해본다.

              “나의 스승이신 어머니, 고맙습니다.”


             박원자   불교 전문 작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했고, 동국대학교 역경위원을 역임
             했다. 108배를 통해 내면이 정화되고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면서 108배 예찬론자가 되었다. ‘불
             교입문에서 성불까지’를 지향하는 인터넷 도량 금강카페(cafe.daum.net/vajra) 운영자로 활동하
             며 도반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1박2일 정진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인홍 스
             님의 일대기를 다룬 『길 찾아 길 떠나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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