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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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아이구 저 사람들 내려서 치고받고 싸우는 거 아니야?’ 하며 걱정하고

            있는데, 내 앞에 서 있던 젊은 여성 둘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백 퍼, 저 분들 술집으로 가서 한 잔 한다.”

              얼마나 싱그러운가. 순수 무잡한 그들을 때 묻은 어른들이 가르치려 드
            는 것이다.

              만 번 다 옳은 말을 할지라도 한 번 침묵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그래
            도 이 말은 꼭 해야지 하고 작정하고 나간 그날, 꾸준히 책을 읽고 마음 닦

            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걱정이 없겠다 싶은 생각
            을 앞뒤 떼고 딸애 남자친구에게 전했다.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최대

            한 조심해서 말했다.
              “우리 친목 도모도 할 겸 한두 달에 한 번, 책 한 권씩 선정해서 읽고 만

            나서 책 읽은 얘기도 하고 맛있는 밥도 먹으면 어떨까? 진즉부터 애들하
            고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네.”

              다음 날, 남자친구를 만나고 들어온 큰딸이 소식을 전했다.
              “엄마, 오빠가 벌써 우리들 독서 모임 이름도 정했대!”

              가르치고 싶은 꼰대의 마음을 이렇게 무심으로 상큼하게 받아들이는
            애들에게 무엇을 가르친단 말인가. 이미 깨달아있다는 그들의 ‘본마음(불

            성)’을 듬뿍 느끼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만 가지
            는 것이 어른의 본분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원자   불교 전문 작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했고, 동국대학교 역경위원을 역임
             했다. 108배를 통해 내면이 정화되고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면서 108배 예찬론자가 되었다. ‘불
             교입문에서 성불까지’를 지향하는 인터넷 도량 금강카페(cafe.daum.net/vajra) 운영자로 활동하
             며 도반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1박2일 정진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인홍 스
             님의 일대기를 다룬 『길 찾아 길 떠나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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