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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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도 좀 지나치다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도 기사 아저씨는 몇 번

            이나 되풀이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
            면서 앞으로 남자친구를 부를 때 정확하게 발음을 하라고 조언까지 해주었

            다. 그때까지 우리 세 모녀는 남자친구를 오빠라고 부르는 호칭에 대해 지
            적하고 싶은 아저씨의 의중을 알아채지 못했다(많은 어른들이 결혼 전이나 결혼

            을 해서도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에 못 마땅해 하니까). 택시를 타고 20여 분 쯤
            지나 딸애의 남자 친구가 내리자, 기사 아저씨가 뜬금없이 또 말했다.




              기사 아저씨의 ‘잔소리’

              “그런데 아가씨,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저 남자 친구 점수를 주자면 말

            이지, 한 40점 정도라고 할까?”
              점입가경이었다. 나는 뒤에 앉아서 저 아저씨가 너무 앞서가는구나,

            무슨 자격으로 남의 남자친구 점수까지 매기나 생각하고 있는데 딸애가
            조용히 물었다.

              “아저씨,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점수를 낮게 주셨어요?”
              “다른 게 아니고 말이야, 어른 앞에서 저렇게 껌을 딱딱 씹다니 예의가

            없어, 예의가.”
              음식점에서 나온 뒤 큰딸애가 나눠준 껌을 모두 하나씩 입에 물고 오

            물거렸던 게 거슬린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차에 타자마자 자기 나이가
            칠십이 넘었다는 이야기까지 한 터였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네 사람이

            다 껌을 씹었다 해도 점수까지 매겨가며(그것도 아주 낮게) 상대방을 불쾌하
            게 만들게 뭐 있는가. 참 저 분도 딱하네, 속으로 생각하고 앉아 있는데

            아저씨가 한 마디 더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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