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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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게 있나보다. 나가서 점심을 사드리고 집으로 모셔다드리는 차
안에서 이모께서 이러시는 게 아닌가.
“얘들아, 또 와라. 나는 자식이 없잖니.”
운전을 하던 남동생이 깜짝 놀란 듯 물었다.
“이모, 이모가 왜 자식이 없어요? 이때까지 딸 자랑 사위 자랑 해놓으
시고서는?”
모두 함께 웃었지만 이모는 답을 하지 않고 웃지도 않으셨다. 요즘 젊
은이들이 들으면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이모는 아직도 딸이나 사위는 자
식의 범주에 들어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모의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도
그건 해결해주진 못한 것일까?
분별하는 한 생각이 무명을 일으키고, 그 한 생각으로 인해 고통 속을
윤회한다고 했던가. 이모를 여전히 불행하게 만들고 있던 저, 뿌리 깊은
한 생각이 나에겐 무얼까,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언니가 말했다.
“어머니와 이모의 불화는 종교가 다른 것이 더 큰 역할을 했을 거야.”
두 분이 종교가 달라서 이래저래 불화가 가중되었을 거라는 것이다. 생
전에 그렇게도 어머니를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했던 언
니다운 생각이었다. 어머니가 편찮을 때 나는 아미타경을 머리맡에 놓아드
렸는데, 언니는 그것을 치우고 성경을 놓아드리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니와 나도 종교가 달랐던 두 분과 같은 모양새다. 마음
이 넉넉하고 동생들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언니는 나에게 교회로 나와 주
었으면 하는 의사를 오랫동안 내비쳤다. 목사님이 하는 설교에 초대하기
도 했고, 고등학생인 딸을 보내 회유하기도 했다. 불교를 통해 마음공부
만난 것을 천우신조로 생각하는 동생에게, 더구나 불교를 소재로 글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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