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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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어느덧 아흔둘이라고 나이를 밝히셨다. 며칠 후 우리 남매 셋이
이모를 만났다. 몇 해 전 이모부가 돌아가시고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큰
딸과 살고 계셨다. 이모는 화사하게 화장까지 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
다. 나이 드시니 어머니와 모습이 흡사했고, 우리는 어머니를 뵙는 듯 반
가웠다.
기독교 신자인 이모는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도를 시작하셨다. 한
참 동안이나 이어진 기도의 시작은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기도를 통해 다 하셨다. 이 사람
들을 내가 죽을 때까지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게 되어 정말 감사하
다고 하나님께 기도를 하시는데, 단정하게 차려입고 당신의 하나님께 기
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모가 종교에 귀의해 잘 살아오셨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에도 이모는 시시때때로 얘기를 하다말고 감사기도
를 드리셨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모의 기도에
동참한 사람은 기독교인인 언니 한 사람 뿐이었다는 것이다. 불교인인 동
생과 나는 이모가 기도를 할 때마다 뻘쭘해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언니가
기도에 동참하자 이모의 관심은 온통 언니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너도
교회 나가니?”로 시작되어 동지를 만난 듯 반가워했다.
“내가 하나님 때문에 살았다.”
이렇게 시작된 독백으로 이모의 간증이 시작되었다. 시집을 와보니,
시어머니가 만신(무당)이더란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만신으로 대물림을
하고 싶어 하는 걸 눈치 챈 이모가 그걸 물리치려고 동네에 있는 교회를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어머님이 얼마나 강한 성격인지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있으
면 뛰어들어 와서 머리채를 잡아끌고 나갔어. 그래도 나는 무당은 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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