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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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실제 죽음을 지켜봐온 간호사의 증언이어선지 솔깃해지는

            말이다.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인다. 두렵고 어처구니
            없지만 한 생각 돌이키면 또 심오한 것이 인명재천의 이치다. 나의 목숨

            이 하늘에 달려 있다면, 나의 삶은 내 것이 아니다. 내 몸뚱이가 잠시 임
            대해서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세입자는 살고 있는 집을 애써 고치지 않

            는다. 자기 돈을 들여 치장하지 않는다. 결국 내 것도 아닌 삶을 가지고
            이판사판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겠다. 인생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덤덤하

            게 받아들이자는 이야기다.



              인명재각人命在刻



              인명재각 역시 귀담아 들을수록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막상 죽음의
            순간이 닥쳐오면 살아서의 모든 흔적은 종적도 없이 흩어지게 마련이다.

            죽음은 블랙홀과 같아서 악업이든 선업이든 모조리 다 빨아들인다. 물론
            윤회론에 따르면 현생에 지은 업의 선악이 내생의 빈부와 고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좋은 일을 많이 하면 좋은 곳에 태어나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나쁜 곳에 태어난다는데, 안 죽어봐서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는 사실은 죽음의 아가리에 들어가서는 모두가 똥이 된다는 것이
            다. 생전에 이뤘던 재물과 명예는 죽어서 가져가지 못한다. 남아있는 자

            들이 가져가거나 남들이 쓰고 없앤다.
              최근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일이 생겼다. 죽음이 남 일 같지

            않게 됐고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며 씁쓸해졌고 ‘내가 무슨 잘못을 그리 많이 했지’라며 분통을 터

            뜨렸다. 가뜩이나 미웠던 사람들이 더 미워졌다. 하지만 이리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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