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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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비참하게 느껴져서 그렇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어

           떤 교훈을 준다. 나를 끙끙 앓게 하는 문제란, 내 안의 무수한 세포들 가
           운데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먼지가 나인 줄 알았다.



                “맛있는 것을 먹어서 소중히 길러도 이 몸은 결정코 무너지고,

                부드러운 옷을 입어서 지켜 보호하여도 목숨은 반드시 마침이
                있느니라.”                                      - 원효, 「발심수행장」



             돌이켜 생각하면, 인생이란 결국 나의 결함과 한계를 확인해가는 과정

           이었다. 숱하게 실패했고 무언가를 이뤘을 때에도 수없이 실패해야만 가
           능한 것이었다. 이제는 다 왔다고 안도하는 순간, 어김없이 함정에 빠져

           버렸다. 이렇듯 삶이 내게 진정으로 가르쳐준 것들은 지식이나 지혜가 아
           니라 패배와 절망이다. 이것도 반복의 힘인가. 패배와 절망이 단순히 나를

           무너뜨리려고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고 여기게 됐다. 결국은 별것 아닌 인
           생이라고, 쓸데없이 기대하지 말라고, 쉬엄쉬엄 살라고 끊임없이 충고하

           고 채근한 것이다. 인생은 과정이 정해진 게임이다. 몇 번 앞서갔으면, 반
           드시 몇 번 뒤쳐져야 한다. 자살하지도 말자. 모두가 끝내는 패자다… 이

           렇듯 참된 부처님은 마음 안에 앉아있다. 나는 오줌똥이나 싸는 가죽주머
           니이지만, 그나마 이런 성찰이 있기에 그래도 조금은 더 살아도 된다.






                                               곰글    1975년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9권의 불서佛書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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