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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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라 실수가 많았다.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 이만하면 됐다, 생각

            하기로 한다.”                     -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 ‘머리말’에서



              고령화 사회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겠다.
            그러면서도 앞으로의 인생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할 만

            한 계기가 개인적으로 있었다. 좌절감이 컸고 조바심이 났다. 삶에 대해
            하고픈 말이 갑자기 많아졌다. 그래서 나온 책이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장웅연 지음, 담앤북스, 사진)이다. 『고경』에 연재한 글이 토대가 됐다.
              글을 쓰는 게 직업이다. 열심히 써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고 쓰라고

            시키면 쓴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조직이 원하는 글을 써야만 돈을 번
            다. 매일같이 쓰고 기계적으로 쓰는 와중에서, 가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기도 한다. 그런 글들이 모이고 출판을 해주겠다는 귀인을 만나면 책이
            된다. 이번 책도 그와 같다. 내 딴에는 연륜과 치유의 글쓰기다. 물론 책

            한 권 썼다고 삶이 변화하지 않으리란 건 충분히 안다. 나이를 얼렁뚱땅
            먹었는지 뭐 하나 명쾌한 일이 없고 여전히 쉽게 속아 넘어간다. 서툴고

            미욱한 내가 그럼에도 삶에 대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목숨이 다하기 전
            까지는 절대 고통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다만 이것은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결국은 산다는 것이어서,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고 끝내는 살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 자신이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될 만큼, 끔찍하게 외로웠다. 책을
            쓰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어두워지거나 쓸쓸해지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될 때까지는 좋은 글을 써서 나와 세상에 기여하려 한다.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이것뿐이다. 행여 그것이 객기이거나 오류

            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위약僞藥이라도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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