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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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타난다거나, 자기 다리의 살을 베어 소반에 놓아 보이거나, 깊은

           곳에서 수행하는데 새들이 봉양을 한다거나 하는 이적들의 이면에는 우
           리의 닫힌 시각으로 해석할 수 없는 깊은 수행의 세계에 대한 여지와 시

           야 밖의 세계에 대한 암묵이 필요할 것 같다.
             더구나 『삼국유사』 「의해편」에 등장하는 승려들은 거의가 진리의 탐구

           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인도나 중국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도 학문과 수행의
           깊이를 인정받은 고승들인 것이다. 현대의 불교학이 중국, 일본의 경계를

           넘어 불교의 원류인 인도와 원음이 살아있는 미얀마, 티벳 등의 불교에
           눈을 돌리고 연구하게 된 것이 불과 3, 40년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렇다면 최초의 불교로부터 누백 년을 우리는 본집이 아니라 그 옆집의 문
           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7세기경에 인도불교의 꽃을 피웠던 나란타사에 머물며 율장과 논
           장을 공부하고, 그동안 맥이 끊어져 근세기에 이르러서야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는 많은 논소들을 일찍이 섭렵했던 당시의 활발발하고 심원했던
           학풍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흥법」, 「탑상」, 「의해편」에 이르게 되면, 비로소 저자著者, 또는
           편자編者라 해도 좋겠지만, 이 한 권의 책을 집필하고 엮어내기 위해 행간

           하나하나에 갈무리하여 심어둔 일연 스님의 깊은 통찰과 세심한 배려에
           대해 다시금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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