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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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하더라도 부처님 말씀의 정반대 방향으로는 가지 않아야 할 것입니
다. 나는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 몸 얻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렵다[人身難得 佛法難逢].”
다행히 사람 몸 받고 승려가 되었으니 여기서 불법을 성취하여 중생제
도는 못 할지언정 도적놈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만약 부처님을 팔아 먹
고사는 그 사람을 도적이라 한다면, 그런 사람이 사는 처소는 무엇이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그곳은 절이 아니고 도적의 소굴, 적굴賊窟입니다. 그
러면 부처님은 무엇이 됩니까? 도적놈의 앞잡이가 되는 것입니다. 부처
님이 도적에게 팔려 있으니 도적의 앞잡이가 되는 것이지요.
중생을 이롭게 하는 법공양이 최고
딴 나라는 다 그만두고라도, 우리나라에 절도 많고 승려도 많지만 부
처님께서 말씀하신 도적의 딱지를 면할 수 있는 승려는 얼마나 되며, 또
도적의 소굴을 면할 수 있는 절은 몇이나 되며, 도적의 앞잡이를 면할 수
있는 부처님은 몇 분이나 되는지, 참으로 곤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승려노릇 잘 못하고 공부를 잘 못해서 생함지옥生陷地獄을 할지
언정, 천추만고의 우주개벽 이래 가장 거룩하신 부처님을 도적 앞잡이로
만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 자신이 도적놈 되는 것은 나의 업이라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지옥으로 간다 할지라도 달게 받겠지만 부처
님까지 도적놈 앞잡이로 만들어서 어떻게 살겠느냐 이 말입니다.
어떻게든 우리가 노력해 이 거룩하신 부처님을 도적의 앞잡이가 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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