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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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이렇게 불공하여야만 마침내 성불하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수련대회 때 3천 배 하고 백련암에 올라와 화두 가르쳐 달라
고 말하면 “자, 모두 화두 배우기 전에 불공하는 방법 배워 불공부터 시
작한 후 화두를 배우자.”고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모두 눈이 둥그레집
니다. 우리는 돈도 없는데 부처님 앞에 돈 놓고 절하라는 이야기인가 하
고. 그런데 나중에 그 내용을 듣고 나서는 “모두 불공합시다.” 하면 힘차
게 “네.” 하고 대답하는데, 진정으로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별히 주의를 시킵니다. 그것은 자랑하지 말라는 것
입니다. 남을 도와주는 것은 착한 일이지만 자랑하는 그것은 나쁜 일입
니다. 애써 불공해 남을 도와주고 나서 자랑하면 모두 자신의 불공을 부
수어 버리는 것입니다. 자랑과 자기선전을 하기 위해 불공을 하는 사람
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공이 아닙니다. 자기 자랑할 재료를 만드
는 것입니다. 입으로 부수어 버리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러므로 “남모르
게 도와주라!” 이것뿐입니다. 예수님도 “바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
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요즘 학생들에게 이 말이 좋게 들리는가 봅니다. 자주 오는 편지에 “스
님께서 말씀하신 남모르게 남을 돕자는 그 말씀을 평생 지키고 노력하겠
습니다.”라고 합니다.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6·25사변 이후 마산 근방 성주사라는 절에서 서너 달 머무를 때입니
다. 처음 가서 보니 법당 위에 큰 간판이 붙었는데 ‘법당 중창 시주 윤○
○’라고 굉장히 크게 씌어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마산에서 한약국
을 경영하는 사람인데 신심이 있어 법당을 모두 중수했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언제 여기 옵니까?” 하고 물으니 스님이 오신 줄 알면 내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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