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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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올 거라는 겁니다.

             그 이튿날 과연 그분이 인사하러 왔다기에, “소문 들으니 당신의 신심
           이 퍽 깊다고 다들 칭찬하던데, 나도 처음 오자마자 법당 위를 보니 그 표

           가 얹혀 있어서 당신이 신심 있는 것을 알게되었지.” 하였습니다. 처음에
           는 칭찬을 많이 하니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간판 붙이는 위치가 잘못된 것 같아. 간판이란 남들이 많이
           보기 위한 것인데 이 산중에 붙여 두어야 몇 사람이나 와서 보겠어? 그

           러니 저걸 떼어서 마산역 앞 광장에 갖다 세우자고. 내일이라도 당장 옮
           겨 보자고.”

             “아이구, 스님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겠소? 당신이 참으로 신심에서 돈 낸 것인가? 저 간판

           얻으려 돈 낸 것이지.”
             어떤 사람들은 시주를 할 때 미리 조건을 내세웁니다. 비석을 세워달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석을 먼저 세워 줍니다. 그러면 돈은 내지 않고
           비만 떼어먹기도 합니다.

             “잘못되었습니다. 제가 몰라서 그랬습니다.”
             “몰라서 그랬다고? 몰라서 그런 것이야 허물이 있나? 고치면 되지. 그

           러면 이왕 잘못된 것을 어찌 하려는가?”
             그랬더니 자기 손으로 그 간판을 떼어 내려서 탕탕 부수어 부엌 아궁

           이에 넣어 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남모르게 돕는다’는 이 불공을 비밀히 시작한 지가 좀 되었습니

           다. 개인적으로, 또 단체로, 의무적으로 시켰습니다. 만약 내가 시키는
           대로 불공할 수 없는 사람은 내게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불공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예를 들었더니 어떤 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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