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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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도 죽기 전의 그 처녀가 마랑의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자신이 박복하

           다고 한탄하며 지내던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마랑을 찾았습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처녀 한 사람이 죽지 않았습니까, 그 묘소가 어디

           있습니까?”
             묘소로 안내하자 스님이 갖고 있던 석장으로 묘를 탁 치니, 묘가 둘로

           갈라지며 그 속에 소복하게 쌓여 있는 누런 황금뼈가 보였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죽은 사람인데 석장으로 추켜드니 금쇄골金鎖骨입니다. 뼈 마

           디마디가 고리가 되어 머리부분을 드니 발 뒤끝까지 끌려 올라왔습니다.
           그때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것을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 처녀가 바로 관세음보살이야. 이곳 섬서성 사람들이 하도 신심이
           없어 너희들을 제도하기 위해 관세음보살님이 처녀 몸으로 나투어 온 것

           이야. 이 금쇄줄을 봐!”
             마랑은 『법화경』을 사흘 만에 다 욀 만큼 영리한 사람이어 곧 그 뜻을

           알았습니다.
             ‘참으로 내가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했구나!’

             “이렇게 관세음보살이 좋은 법문을 해주었으니 너희들은 부지런히 수
           행하거라!”

             이렇게 말하고 그 스님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금사탄두마랑부’이니, 금사탄 개울가의 마씨 부인이라

           는 뜻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의 고사입니다.
             문제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관세음보살이 화현化現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이해가 안 된다고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단정하면 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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