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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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뱀이 섞여 살고 범인과 성인이 같이 산다’는 말은 보통으로 들으

           면 그저 그런 것 같지만 그 뜻이 깊은 곳에 있습니다. 겉말만 따라가다가
           는 큰일 납니다. 무착 선사는 그 말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노인과 작별

           하고 나와 돌아보니 절은 무슨 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
           해 게송을 읊었습니다.



                시방세계 두루 성스러운 절                       廓周沙界聖伽藍

                눈에 가득히 문수와 말을 나누나.                   滿目文殊接話談.
                당시는 무슨 뜻을 열었는지 모르고                   言下不知開何印

                머리 돌리니 다만 푸른 산 바위뿐이더라.  廻頭只見翠山巖.



             그 후에 또 문수보살을 친견하여 법문 들은 것이 있습니다. 선문禪門에
           서 흔히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누구나 잠깐 동안 고요히 앉으면

                강가 모래같이 많은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 낫도다.
                보배탑은 끝내 무너져 티끌이 되거니와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부처를 이루는도다.
                若人靜坐一須臾

                勝造恒沙七寶塔.
                寶塔畢境碎微塵

                一念淨心成正覺.



             이 게송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출처를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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