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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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혈 스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풍혈 스님이 말씀하신 그 법문의
근본 뜻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부를 하여 확철히 깨치기 전에는 모르
는 것으로, 나는 다만 그 연유가 어찌 된 것인가를 말한 것입니다.
이것보다 더 유명하고 기적적인 법문이 선가에 있습니다. ‘전삼삼前
三三 후삼삼後三三’이라는 것입니다. 이 법문은 유명한 『벽암록碧巖錄』 제35
칙에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문수보살이 말씀하신 이야기입니다.
무착문희無着文喜 선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하려고 중국의 오대산에 갔
다가 금강굴 앞에서 웬 영감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 영감을 따라가니 아
주 좋은 절이 있어 그 절에 들어가 영감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영감이 물었습니다.
“남방 불법은 어떻게 행하는가[南方佛法 如何住持]?”
“말세 중생이 계행이나 지키고 중노릇합니다[末法比丘 小奉戒律].”
“절에는 몇 사람이나 모였는고[多小衆]?”
“삼백 혹은 오백 명 모여 삽니다[或三百 或五百].”
무착 스님도 한마디 묻고 싶었습니다.
“여기는 불법이 어떠합니까[此間如何住持]?”
“범인과 성인이 같이 살고, 용과 뱀이 섞여 살지[凡聖同居 龍蛇混雜].”
“그럼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多少衆]?”
“앞으로도 삼 삼, 뒤로도 삼 삼이지[前三三 後三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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