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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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임박한 제석천이 동굴 속에 계신 부처님께 법을 청하자 설법했
다는 <제석굴 설법> 장면의 동굴처럼 관세음보살은 금강굴 속에 앉아 설
법하고 있다. 오른쪽 다리를 아래로 내리고 연화좌 위에 편안한 자세로
앉은 관세음보살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설법인을 짓고 있다. 보석으
로 장식된 관冠 대신에 머리카락을 높게 올려 묶어 만든 발계관髮髻冠의
중앙에는 스승인 아미타여래가 화불化佛로 표현되었다.
관세음보살의 좌우에는 여성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힌두교의 성력性力
신앙의 영향으로 탄생한 여존女尊이 배치되었다. 아치형의 감실 주변에
는 블록 형태의 산악이 표현되었는데 많은 선인仙人과 동물들이 배치되어
“관세음보살의 주위를 여러 보살들이 에워싸고 있다”는 경전의 내용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설법자로서 관세음보살을 강조한 <사진 1>에서
주목되는 것은 감실 바깥 중앙에 아미타여래 대신에 대일여래를 비롯한
밀교의 오불五佛이 배치된 점이다.
다양한 모습의 관음보살상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중생이 원하는 바에 따라 관세음
보살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관음(聖觀音,
사진 2),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다양한 설법 모습을 상징하는 11개의 얼굴
을 가진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사진 3, 4),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을 가진
천수관음千手觀音, 중생의 불안을 없애준다는 오색실로 만든 새끼줄을 들
고 있는 불공견삭관음不空羂索觀音, 불법이 번뇌를 깨뜨리고 널리 전파되
는 것을 상징하는 윤보輪寶와 소원한 바를 다 성취케 하는 여의보주如意寶
珠를 들고 있는 여의륜관음如意輪觀音, 머리에 말머리를 얹고 있는 마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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