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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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천여 년이
넘는 사찰의 역사를, 고승들의 수행의 발자취를 증명하고 지키고 있는 모
습을 보니, 왜 거북이를 비석 받침으로 했는지 알 것 같다. 장수 동물인
거북이 받치고 있으니 저 비석에 새겨진 사찰의 역사, 고승의 자취는 천
년만년을 이어 갈 것이라는 염원이 배어나온다.
거북이는 매우 신령스런 동물이다. 중국의 신화나 우리나라의 「구지가
龜旨歌」, 「해가海歌」 등에도 등장하고, 불경佛經에도 맹구우목盲龜遇木의 비
유, 하늘에서 떨어진 거북이 전생담 등의 많은 가르침이 있다.
거북이는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육지를 오고가는 동물이다. 물
속과 땅을 아우르며 살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육각형으로 새겨진 등 껍데
기, 용의 얼굴 등 신령스러운 영물로서의 증표를 여러 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리하여 수많은 수행자들과 위인들의 비석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
었고, 임진왜란 때에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어 이 나라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던 것이다.
평소 지론이 “적과의 싸움에서 몸을 방어하는 것도 호신護身이지만 건
강을 지키는 것도 호신이다.”라는 것이다. 생로병사,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인간의 근본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불교를 공부하고 쉼 없
이 수행하여야 한다. 거북이처럼 남을 해치지 않고 엎드려 하심하며, 비
록 토끼보다 느리지만 쉼 없이 움직임으로써 노력의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 거북이의 모습이 내가 원하는 가장 건강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병장수하는 방법으로 지난 제5식 신구잠식神龜潛息에 이어 구포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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