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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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당시의 브라만교의 자아관에                달하게 된다. 이것이 불교의 해결

            정면으로 대치되는 견해이다. 이                방안이며, ‘열반적정涅槃寂靜’이라
            것이 바로 불교가 말하는 ‘연기법               고 부른다. 이 깨달음의 세계는 생

            緣起法’이다. 연기법은 “이것이 있              사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적막하고
            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               고요하며[寂靜], 인연의 굴레에서 벗

            난 까닭에 저것이 일어난다.”(『잡아             어난 해탈의 모습이 된다. 내가 집
            함경』)는 것이다. 내가 나라고 생각             착하는 이 나라는 자아가 없는데,

            하는, 고정 불변하고 영원하며 무               이 세상에 무엇에 집착할 것이며
            한한 가치를 지니고 우주의 대자아               또 부자유스러울 일이 무엇이 있겠

            와 합일하는 자아는 실제로는 나의               는가?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때 나
            착각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 무수              는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 깨달은

            한 원인과 결과들, 즉 인연이 모여              사람, 즉 붓다가 될 수 있다.
            서 지금 여기의 내가 되었을 뿐, 그               이러한 공空이라는 불교의 혁

            인연이 흩어지면 바로 몇 가지의 물              명적인 사고 방식이, 인간은 서로
            질적 원자들로 분리되어 소멸되어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던가[仁] 가

            버릴 존재가 바로 지금 여기의 나이              지고 태어난 본성을 그대로 발현
            다. 이 세계의 다른 모든 것들 역시             하며 살아야 한다[自然無爲]는 소박

            마찬가지이다.                          한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의 자아 인식이 이렇게 실제               어떻게 쉽게 이해될 수 있었겠는

            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착각이나                가? 앞으로 우리는 그러한 오해
            잘못된 견해임을 알게 되면, 우리               와 이해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

            는 비로소 자아와 다른 대상에 대               고, 특히 근대 이후 어떤 방향으
            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져서 새로운                로 나아가게 되는가를 살펴보게

            깨달음의 세계, 열반의 세계에 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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