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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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바로 삼법인의 두 번째 항              면서 태어난다. 아기는 엄마의 좁

            목이 된다.                           은 산도를 통해서 나오느라 힘들
              불교는 인생을 ‘괴로움의 바다               어 머리가 찌그러지고 괴로워 운

            [苦海]’라고 표현하고, 인간의 가              다. 어여쁜 소년 소녀가 세월이 가
            장 기본적인 괴로움으로 ‘여덟 가               면 흰 머리가 나기 시작하고 기운

            지 괴로움[八苦]’을 제시하기에 이              도 떨어지고 용기도 없어지며 얼
            른다. 태어나는 것, 늙는 것, 병드             굴도 미워지고 성도 잘 내게 된다.

            는 것, 죽는 것, 사랑하는 대상을              이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잃는 것, 미워하는 대상을 만나는               옛 시에 “백발이 올세라 가시 들

            것,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고 막아도, 결국 백발은 절로 오더
            감각적 욕망에 시달리는 것이 바                라.”는 것이 있다. 저 등 굽고 머리

            로 그것이다.                          흰 할머니도 예쁜 소녀 시절이 있
                                             었고, 저 고집 세고 보기 싫은 할

              일체개고                           아버지도 씩씩한 청년 시절이 있
                                             었다. 늙는 것은 괴로움이고, 병드

              태어나는 것이 왜 괴로움인가?               는 것, 죽는 것 역시 누구도 피할
            그것은 지금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               수 없는 괴로움이다.

            난 새 생명에게 앞으로 그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
            거두는 그 순간까지 무수히 많은                로움을 우리는 잘 안다. 친한 친구

            괴로움들이 예비되어 있기 때문이                가 이사 가서 헤어져 자주 만나지
            다. 아기는 앞으로 무수히 많은 괴              못하니 괴롭고, 예쁜 우리 집 강

            로움들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어 있               아지도 언젠가는 죽어서 헤어지게
            다. 그걸 예감하기 때문일까?                 되어 괴롭다. 또 언제나 잔소리를

              아기는 웃으면서가 아니라 울                하고 피곤하게 했던 부모님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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