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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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한 실존적 상황을 문자나 이론

            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전 존
            재로, 체험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지
            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세상에서 경험
            하는 모든 것들 중 어느 하나라

            도 시간적 변화를 겪지 않고 항상
            성을 유지하는 것이 있을까? 지

            금 나는 이 의자가 영원한 것이라
            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내 전 체중

            을 맡기고 편안히 앉아 있지만, 백
                                             보리수.
            년, 천 년의 시간차를 두고 생각해

            보면 이 의자는 천 년 후에는 흔적
            조차 없이 먼지로 변해있을 것이                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이고,

            다. 이 의자 위에 앉아 있는 나 역             백 년 뒤에는 사라져서 흙이 되어
            시 백 년 전만 해도 이 세상에 존              있을 것이다. 영원할 것 같은 연

            재하지 않았듯이, 앞으로 백 년 뒤              인 사이의 뜨거운 사랑도 달이 기
            에는 역시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               울어지듯 시간이 가면 달라지며,

            라져버릴 것이다.                        결혼이 연애의 무덤이라는 표현은
              지금 학생들은 이십 년 전에는               모든 연인들의 심리적 진실이다.

            아기였고, 앞으로 십 년이 흐르면               우주 만물은 모두 한 순간마다 생
            아기를 가진 엄마 아빠가 되어 있               멸 변화하는 무상의 존재들인 것

            을지 모른다. 오십 년 후에는 할머              이다. 바로 이것이 붓다가 갈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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