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P. 78
『 』 제83호 | 달과 손가락 사이 11
꽃은 낙타가 되어
모래 위를 걷는다
죽기 전 부처를 찾아 서녘으로 간
당신을 태우고
*
사월역沙月驛 을
지나며
히말라야 산정을 넘는
철새에 매달려
당신은 우수수 꽃처럼 지는데
최재목 시인·영남대 교수
모래를 비추는 달빛 위로
달빛이 지는데
이제 그만 돌아오세요
큰 코 다쳐요
부처를 버리고 그냥 오세요
어차피 꽃도 모래고, 부처도 모래자
나요
모래를 밟고 모래를 넘어오세요
이래도 한 송이, 저래도 한 송이
당신이 당신을 사랑해야 피는 꽃에게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졸업, 일본 츠쿠
바대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한국양 백팔배, 삼천배를 하세요
명학회장·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상상의 불교학』 등
30여 권이 있고, 논문으로 「원효와 왕양
명」, 「릴케와 붓다」 등 200여 편이 있다.
6권의 시집이 있다. * 대구 수성구의 지하철 역 이름.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