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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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라고 하니 망상이 어떤 것인지 좀 알아야 되겠습니다. 보통 팔만사
천 번뇌망상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구분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
습니다.
첫째는 의식意識입니다. 생각이 왔다 갔다, 일어났다 없어졌다 하는 이
것이 의식입니다. 둘째는 무의식無意識입니다. 무의식이란 의식을 떠난
아주 미세한 망상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의식을 제6식第六識이라 하
고 무의식을 제8식第八識, 아뢰야식이라고 하는데, 이 무의식은 참으로 알
기가 어렵습니다. 8지보살도 자기가 망상 속에 있는 것을 모르고 아라한
阿羅漢도 망상 속에 있는 것을 모르며 오직 성불成佛한 분이라야만 근본
미세망상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곤충인 미물에서 시작해 십지, 등각까지 전체가
망상 속에서 사는데, 7지보살까지는 의식 속에 살고 8지 이상, 10지, 등
각까지는 무의식 속에서 삽니다.
의식세계든 무의식세계든지 전부 유념有念인 동시에 모든 것이 망상입
니다. 그러므로 제8아뢰야 망상까지 완전히 끊어 버리면 그때가 구경각
이며, 묘각이며, 무심입니다.
무심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것은 거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
서는 본래의 마음자리를 흔히 거울에 비유합니다. 거울은 언제든지 항상
밝아 있습니다. 거기에 먼지가 쌓이면 거울의 환한 빛은 사라지고 깜깜해
서 아무것도 비추지 못합니다. 망상은 맑은 거울 위의 먼지와 마찬가지이
고, 무심이란 것은 거울 자체와 같습니다.
이 거울 자체를 불성佛性이니 본래면목本來面目이니 하는 것입니다. 모
든 망상을 다 버린다는 말은 모든 먼지를 다 닦아낸다는 말입니다.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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