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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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끼인 먼지를 다 닦아내면 환한 거울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동시에 말

           할 수 없이 맑고 밝은 광명이 나타나서 일체 만물을 다 비춥니다.
             우리 마음도 이것과 똑같습니다. 모든 망상이 다 떨어지고 제8 아뢰야

           식까지 완전히 떨어지면 크나큰 대지혜 광명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구름 속의 태양과 같습니다. 구름 다 걷히면 태양이 드러나

           고 광명이 온 세계를 다 비춥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마음도 모든 망상이
           다 떨어지면 대지혜 광명이 나타나서 시방법계十方法界를 비추인다는 말

           입니다.
             이처럼 일체 망상이 모두 떨어지는 것을 ‘적寂’이라 하고, 동시에 대지

           혜 광명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조照’라고 합니다. 이것을 적조寂照 혹은 적
           광寂光이라고 하는데, 고요하면서 광명이 비치고 광명이 비치면서 고요하

           다는 말입니다.
             우리 해인사 큰 법당을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고 하는데 부처님이 계시

           는 곳이란 뜻입니다. 이것이 무심의 내용입니다. 무심이라고 해서 저 바
           위처럼 아무 생각 없는 그런 것이 아니고 일체 망상이 다 떨어진 동시에

           대지혜 광명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또 무심은 바꾸어 말하면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불생이란 일체 망상이 다 떨어졌다는 말이고, 불멸이란 대지혜 광명이 나
           타난다는 말이니, 즉 불생이란 ‘적’이고 불멸이란 ‘조’입니다. 그러니 불생

           불멸이 무심입니다.
             무심을 경經에서는 정혜定慧라고도 합니다. 정定이란 일체 망상이 모두

           없어진 것을 말하고, 혜慧라는 것은 대지혜 광명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
           다. 그래서 정혜등지定慧等持를 부처님이라고 합니다. 이 무심을 완전히

           성취하면 또 견성이라고 합니다. 성불인 동시에 열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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