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P. 20

그러면 우리 불교에서 말하는 무심은 세속의 사상과는 어떤 관계가 있

           는가를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예전의 고인들의 책이나 얘기를 들어볼
           것 같으면 유교, 불교, 도교, 유불선 3교가 다르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그

           러나 그것은 천부당만부당합니다. 유교라든가 도교 등은 망상을 근본으
           로 하는 중생세계에서 말하는 것으로 모든 이론, 모든 행동이 망상으로

           근본을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망상을 떠난 무심을 증득한 것이 우리 불교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유교니 도교니 하는 것은 먼지 앉은 그 명경으로 말하
           는 것이고 불교는 먼지를 싹 닦은 명경에서 하는 소리인데, 먼지 덮인 명

           경과 먼지 싹 닦아 버린 명경이 어떻게 같습니까? 그런데도 유, 불, 선이
           꼭 같다고 한다면 그것은 불교의 무심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십지등각

           도 중생의 경계인데 유교니 도교니 하는 것은 더 말할 게 있습니까?
             중생의 경계, 그것이 진여자성을 증득한 대무심경계와 어떻게 같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예전에는 유·불·선 3교만 말했지만 요즘은 문화가
           발달되고 세계의 시야가 더 넓어지지 않았습니까. 온갖 종교가 다 있고

           온갖 철학이 다 있는데 그것들과 불교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동서고금을 통해 어떤 종교, 어떤 철학 할 것 없이 불교와 같이 무심을

           성취하여 거기서 철학을 구성하고 종교를 구성한 것은 없습니다. 실제로
           없습니다. 이것은 내가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서양의 어떤 큰

           철학자, 어떤 위대한 종교가, 어떤 훌륭한 과학자라고 해도 그 사람들은
           모두가 망상 속에서 말하는 것이지 망상을 벗어난 무심경계에서 한 소리

           는 한 마디도 없다, 그 말입니다.
             내가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불교에는 부처님이 근본인데 부처님이란

           무심이란 말입니다. 모든 망상 속에 사는 것을 중생이라 하고 일체 망상



           18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