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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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앉은 명경이 어떻게 바로 비출 수 있겠습니까? 망상이 마음을 덮고 있

            는데 어떻게 바로 알 수 있으며, 어떻게 바로 볼 수 있으며, 바른 행동
            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바른 행동이라 하는 것은 오직 참으로

            무심을 증해서 적광적조寂光寂照를 증하기 전에는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부처냐? 하고 물었을 때 바로 앉고, 바로 보고, 바
            로 행하고, 바로 사는 것이 부처인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 다 바로

            알고 싶고, 바로 보고 싶고, 바로 살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눈
            이 캄캄해 눈감은 봉사가 되어 있는데 어떻게 바로 살 수 있겠습니까?

              쉽게 말하면 바른 생활을 하자는 것이 불교인데 망상 속에서는 바른
            생활을 할 수 없다 이 말입니다. 오직 무심을 증득해야만 바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십지등각도 봉사입니다. 왜냐,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
            하셨습니다. 십지등각이 저 해를 보는 것은 비단으로 눈을 가리고 보는

            것과 같아서, 비단이 아무리 엷어도 해를 못 보는 것은 보통의 중생과 똑
            같습니다. 그래서 십지등각이 사람을 지도하는 것도 봉사가 봉사를 이끄

            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바로 이끌려면 자기부터 눈을 바로 떠야
            하고, 바로 알아, 바로 행동해야 되겠습니다.



              이제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간추려 보면, 망상 속에 사는 것을 중생

            이라 하고, 모든 망상을 벗어난 것을 부처라 합니다. 모든 망상이 없으니
            무심입니다. 그러나 그 무심은 목석木石과 같은 무심이 아닙니다. 그것은

            거울의 먼지를 완전히 다 닦아 버릴 것 같으면 모든 것을 비추는 것과 같
            으며, 구름이 걷히어 해가 드러나면 광명이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망상이 나지 않는 것을 불생不生이라 하고, 대지혜 광명이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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