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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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리 싹싹 다 피해 버려놨으니. 그것이야 소발에 쥐잡기로 어쩌다 그
렇게 된 것이지 내가 알고 한 것은 아닙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미
리 그렇게 했는데 만약 1년 전에 책을 안 옮겼으면 책은 모두 다 불타버리
고, 우리 대중도 그때 큰 욕을 봤을 겁니다.
봉암사에서 지내온 것은 대충 이런 식이었습니다. 지금 남은 것이 무엇
이냐 하면 가사가 남았고, 장삼도 남았고 바리때도 남았는데, 바리때는 요
새 들어볼라치면 흔히 목바루가 더러 나온다고 하는데, 그것은 부처님이
금한 것이니 안 써야 됩니다. 지금 보면 여러 가지 남은 것이 좀 있는데,
남고 안 남고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법을 세워 전국적으로 펴고
자 한 것도 아니었고, 그 당시 우리가 살면서 부처님 법대로 한다고 하면
너무 외람된 소리지만, 부처님 법에 가깝게는 살아야 안되겠나 그것이었
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대충 이야기 한 셈인데, 우리가 신심으로 부처님 법
을 바로 지키고 부처님 법을 바로 펴 신도들을 교화하면 이들이 모두 신심
을 내고 하여 우리 스님들이 잘 안 살래야 잘 안 살 수가 없습니다. 천상천
하 유아독존, 가장 잘 사는 것이 스님들이다, 이 말입니다.
우리가 언제든지 좋으나 궂으나 할 것 없이 이해를 완전히 떠나 신심으
로 부처님만 바로 믿고 살자 이것입니다. 우선은 좀 손해 본다 싶어도 결
국에는 큰 돈벌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걸 알아야 됩니다. 봉암사에 살 때
이런 이야기 많이 했습니다. 먹고 살 길이 없으면 살인강도를 해서 먹고
살지언정 천추만고에 거룩한 부처님을 팔아서야 되겠느냐고. 우리가 어떻
게든 노력해 바른 길로 걸어가 봅시다.
│1982년 음 5월15일, 방장 대중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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