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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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산림국장이라는 사람이 “스님들이 그런 좋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 어
떻게든지 봉암사 산판은 책임지고 못하도록 하겠습니다.”며 약속을 했어
요. 도 산림국장이 책임지고 산판 막겠다고 하니 딴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하지!
또 한 번은 군인들이 빨갱이 토벌대라 하면서 70-80명 와서 절에서 잤
는데, 나는 그때 생식할 때라 그 옆 극락전에 있으니 순호 스님이 왔어요.
군인들이 싸움하러 가면서 밥해 달라고 하는데 밥 안해 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거든요. 싸움하러 가면서 밥해 달라
는데 어떻게 하느냐 이것이라. 안 된다고 했지요. 그리고는 그 대장을 불
렀습니다.
“당신들은 군율軍律이 안 서면 싸움할 수 없는 것이고, 우리 절에도 법
이 있어. 우리가 여기 들어온 뒤로 여태 한 번도 아침에 밥해 먹은 적이 없
어. 당신네들이 들어서 우리가 여태까지 죽 끓여 먹던 법을 깨야 되겠어?”
“그래서는 안 되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어?”
“글쎄, 군인들을 죽 먹여서는 싸움하기 곤란하고.”
“여기서 동네가 십 리가 되나 백 리가 되나, 조금만 돌아가면 동네 아니
야. 거기 가서 밥해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해줄 것 아니야.”
“하! 참 그렇네요.”
하면서 동네에 가서 밥해 먹고 싸들고 싸움하러 갔다는 것입니다.
한 번은 며칠간 어디를 좀 갔다 오니 밭이 환해서 밭고랑 밑에 개미가
보일만하고 떡이 떨어지면 주워 먹어도 괜찮을 만큼 밭이 훤합니다. 내가
없을 때 원주가 삯군을 대서 밭을 매어버린 겁니다.
“원주 스님 오라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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