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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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기 바로 일 년 전입니다. 그래놓고 청담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 못살 것 같은데, 후년에는 결국 이사를 해야 되
니 통영 근방에 사찰 하나 얻을 데 없나?”
“고성 문수암이 참 좋아. 가면 당장 줄 거야.”
“절대 비밀이야. 대중이 알면 안돼.”
절대 비밀로 하여 고성 문수암을 딱 얻어 놓았습니다. 대중은 모르게.
그래 놓고 가을이 되고 보니, 뭣인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거기 있으면
안되겠다 말입니다. 딴 사람은 있어도 괜찮지만 나는 거기 있으면 안 된다
말입니다. 그래서 추석 지나고 난 뒤에 대중공사를 했습니다.
“나는 여러 가지 관계상 여기서 떠나야 되니까 그리 알고, 오늘부터는
순호 스님, 순호 스님이 입승봤거든 입승 스님한데 전부 맡기니 입승 스님
시키는 대로 하시오.”
이렇게 하고 봉암사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월래에 와서 겨울은
거기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제結制해 놓고 얼마 안 있어서 그만 공산당들
이 달려들어 버렸다 말입니다. 오던 길로 나를 찾더라 해요. 한 20명이 총
을 메고 달려들었는데 굉장했다고 합디다. 보경 스님이 그때 죽을 뻔하고,
내 대신으로 보경 스님 죽인다고 탑거리로 끌고 나가고, 탕탕 다 털리고
월래로 쫓아왔어. 어떻게 할까 묻더군요. 그렇지만 산림중이니 멀리 옮길
수 있습니까. 점촌 포교당으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있다가 해제解
制하고 고성 문수암으로 싹 다 옮겼습니다. 그때 법전 스님 같은 사람들이
스무 살쯤 먹었는데, 지금은 60객이 다 됐지요.
그러자 뭐 여름이 되니 그만 툭 터지는데, 6·25사변이 났어요. 비행기
가 진주 폭격하고 하는 것, 고성 문수암에서 다 보았습니다. 그 뒤 내내 봉
암사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더랍니다. 그 스님이 뭣 좀 아는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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