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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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절하는 것을 예로 들면, 향곡 스님은 좀 늦게 참여했습니다. 자운 스님
           이 잘 알지만, 거기 들어가 살면서 내가 편지를 보냈습니다. 엽서로 우리

           가 여기 사는데 공부하러 오라, 안 오면 내가 가서 토굴에 불을 질러 버린
           다고. 그 편지 받고 당장 쫓아 왔어요. 이렇게 도반道伴을 생각할 수 있느

           냐고 하면서. 집 지키는 사람을 구해놓고 후년 봄에 오겠다 하더니.
             그래 향곡 스님이 왔는데, 마침 점촌에서 신도들이, 특히 나이 많은 노

           인들이 깨끗한 옷을 입고 왔어요. 그 전날 비가 왔는데. 한 신도가 내가 마
           당에 서 있는 걸 보더니 그 자리에서 절을 넙죽 세 번하거든. 그걸 보고 깜

           짝 놀라버렸다고 해요.
             아무리 절을 하지만, 비 온 뒤 진 구렁에서 넙죽넙죽 절을 세 번이나 하

           니, 향곡 스님이 어떻게 보겠어. 그런데 알고 보니 그이가 전진한錢鎭漢 씨
           어머니라. 그때 사회부 장관했지요. 장관 어머니라는 사람이 스님보고 진

           구렁에서 절을 세 번이나 해놨으니 참 이상했던 모양입니다. 두고두고 향
           곡 스님이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천도하는 것도, 처음에는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재가 하나 들었다가 가
           버렸는데, 가만히 보니 사는 사람들이 스님 같고 귀신을 맡기면 천도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하나씩 둘씩 재 해달라고 들어와요.
           우리 법대로 『금강경金剛經』이나 『심경心經』을 읽어 주는데, 그만 재가 어떻

           게나 많이 드는지, 왜 그런가 들어보니, 무슨 탈이 나가지고 무당을 데려
           다 굿을 한다, 별짓을 다해도 천도가 안 되는데, 봉암사에만 잡아넣으면

           그만이다, 이겁니다. 자꾸 온다 말입니다. 자, 『금강경』은 너무 시간이 걸
           려서 안 된다. 『심경』을 하자. 『심경』 칠 편, 그것도 안 되어 나중에는 삼 편

           씩 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스님 네들 법대로’만 해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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