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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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也須喫棒] 고 말합니다. 마음 깨끗한 것에 비하면 허공은 깨끗한 것이 못
된다는 말입니다.
마음이 깨끗한 것을 명경에 비유합니다. 먼지 한 점 없는 그 명경이 얼
마나 깨끗하겠습니까. 그러나 마음이 깨끗하다는 것은 명경이 깨끗하다
는 그런 유類가 아닙니다. 어떤 스님이 말했습니다.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 打破鏡來,
너와 서로 보리라. 與汝相見.” 3)
그렇다면 불교에서 수행해 가는 차제次第로 보아서는 어느 정도가 되
어야 참으로 깨끗한 마음, 청정한 마음인가? 구경각을 성취하기 전에는
십지등각十地等覺도 심청정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십지등각은 아주 거친
망상[추중망상麤重妄想]은 떨어졌지만 자신도 모르게 제8아뢰야의 미세한
망상[微細妄想]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의식세계인 제8아뢰야 근본무명까지 완전히 떨어
져야만 이것이 참다운 청정입니다. 그러면 허공보다 더 깨끗하고 거울보
다 더 깨끗합니다. 이 자리는 일체 망상이 다 떨어진 무심경계로 진여자
성이니, 성불, 견성이니 하는데, 이것은 말로서가 아니고 실제 경험에서
그 경지를 체득體得해야 됩니다.
모든 망상이 다 떨어지고 무심無心경계가 나타나면 목석과 같은 무심
2) 『천은선사어록天隱禪師語錄』 권제1에 나온다.
3) 『원오불과선사어록』 권제7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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