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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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아닙니다. 거기에서, 그 깨끗한 마음에서 큰 광명이 나타납니다.

           이 광명을 예전 스님들은 천일병조千日並照라고 말했습니다. 천일병조! 해
           가 하나만 떠도 온 세계가 이렇게 환히 밝은데 하나, 둘, 셋도 아니고 천

           개의 해가 일시에 두루 비추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오히려 유한입
           니다. ‘천千’이라는 숫자가 있으니까.

             마음이 청정한 여기에 생기는 광명은 천 개의 해가 한꺼번에 비추인다
           해도 오히려 적당하지 않은 광명이니 불가설不可說, 말로써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시방제불이 일시에 출현하여 하루 이틀도 아니고 미래
           겁이 다하도록 이 광명을 설명하려 해도 다하지 못하는 참다운 광명이다,

           이 말입니다. 이제 심광명이라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광무애淨光無礙, 즉 청정과 광명이 서로서로 거리낌이 없

           다,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불이 있으면 빛이 있고 빛이 있으면
           불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청정은 불에다 비유할 수 있고 광명은 빛에다

           비유할 수 있어서 불이 즉 빛이고 빛이 즉 불입니다. 빛 여읜 불이 따로
           없고 불 여읜 빛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니 둘이 될 수 없는 이것을 무애라

           합니다.
             육조 스님도 정定과 혜慧를 말할 때 불과 빛에 비유하여 말씀하셨습니

           다. 근본 요점은 어디 있느냐 하면 심청정, 심광명을 성취하여 참으로 허
           공보다 더 깨끗하고 명경보다 더 깨끗한 무심경계만 증득하면 자연히 거

           기서 천 개의 해가 일시에 비추는, 비유할 수 없는 그런 대지혜 광명이 나
           타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정광무애라 합니다. 빛 따로 있고 불 따로 있

           는 것이 아니고 빛이 즉 불이고 불이 즉 빛이다, 이런 말입니다.
             이리하여 ‘청정’은 부처님[佛]이라 하고, ‘광명’은 법法이라 하고, ‘무

           애’는 스님[僧]이라 하여 불법승 삼보三寶가 되는데 세 가지가 각각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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