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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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모릅니다. 일단 꿈을 턱 깨고 나면 “아하! 내가 참으로 꿈속에서 헤맸
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중생들이 세상을 살면서 그것이 꿈인 줄을 모릅
니다. 꿈속에 사는 줄을 모릅니다. 실제 그 꿈을 깨고 나야, 그제야 비로
소 여태까지 꿈속에서 살았구나 하는 것을 참으로 알 수 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이 아니면 꿈을 모르는 것과 같이, 깨쳤다는 것은
실지 마음의 눈을 떠서 깨어나기 전에는 이해하기가 참으로 곤란합니다.
예전 장자莊子도 “크게 깨고 나서야 큰 꿈을 알 수 있다[大覺然後知大夢].” 5)
고 하였습니다.
중생이 번뇌망상의 유심有心 속에 사는 동안은 전체가 꿈입니다. 그래
서 십지등각도 꿈속에 사는 줄 알아야 됩니다. 오직 제8아뢰야 근본무명
이 완전히 끊어져 구경각을 성취해야만 그때에야 꿈을 바로 깨친 사람,
즉 부처입니다.
성불하기 전에는 꿈을 바로 깬 사람이 아니고 동시에 자유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중생의 자유라 하는 것은 꿈속 자유이고 깨친 사람의 자유라
하는 것은 꿈을 깬 뒤의 자유이니, 꿈속에서의 자유를 어떻게 ‘자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꿈과 생시가 같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제 내가 말한 깨쳤다는 것을 대강은 짐작할 것입니다. 깨쳤다는 내
용이, 성불했다는 내용이 무심에 있는데 무심을 증득하면 거기에서 대지
혜 광명이 생기고 대자유가 생깁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꿈을 깬 사람, 마
음의 눈을 뜬 사람이 되어 대자유자재한 활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5)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且有大覺而後, 知此其大夢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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