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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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아닙니다. 불[火]이라 말할 때는 부처님을 표현하고, 빛[光明]이라 말
할 때는 불법佛法을 표현하고, 불이 즉 빛이고 빛이 즉 불이다 말할 때는
스님을 표현하는 것이니, 표현은 각각 달라도 내용은 똑같습니다. 불이
빛이고 빛이 불이지 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불법승 삼보 즉 청정, 광
명, 무애가 하나인 것입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셋이 즉 하나이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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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즉 셋이다[三卽一, 一卽三] ”라고 합니다. 이 근본법을 바로 깨쳐 실제
로 증득할 것 같으면 그때서야 비로소 불법을 아는 동시에 모든 속박을
다 벗어나서 자유자재한 대해탈을 성취한 때입니다.
그러면 모든 속박은 왜 생기느냐? 번뇌망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
이 우리 마음의 눈을 가리고 있으면 우리가 자유롭게 다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번뇌망상이 다 떨어지고 무심을 증득
하여 대지혜 광명이 나타나는 경지를 성취할 것 같으면 모든 속박을 다
벗어나게 되는데, 이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합니다.
눈감은 봉사에게 무슨 자유가 있습니까? 이리 가도 엎어지고 저리 가
도 엎어지고 조금도 자유가 없지만 자기가 눈을 뜨면 온 천지를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런 의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왜 우리를 봉
사라 하는가? 크게는 산도 보고 작게는 먼지도 다 보는데 어째서 우리를
두고 눈감았다고 하는가? 한 가지 비유를 말하자면 우리가 깨쳤다는 것
은 꿈을 깨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든지 꿈을 꾸고 있을 때는 그 꿈속에서
는 모든 활동이 자유자재하고 아무 거리낌이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이 꿈인
4) 『임제록』에 나오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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