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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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말한 것입니다. 팔만대장경도 여기 와서는 때[垢]란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 대중들도 이것을 깊이 믿고 오직 자기가 본시 부처라는 것, 자기 마음
이외에 불법佛法이 없고, 자기 마음 이외에 부처가 따로 없다는 것을 철두
철미하게 믿고 오직 화두를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바로만 깨치
면 그 속에서 대자유자재한 부사의不思議해탈경계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요점은 어디 있느냐? 밥 이야기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실제로
밥을 먹느냐 안 먹느냐, 이것입니다. 공부 부지런히 해서, 화두話頭 부지
런히 해서 내 말이 헛된 말이 안 되고 실제로 이것을 성취한 사람이 하나
라도 생기도록 노력해야 안되겠느냐, 이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은 분명히 해야 하겠습니다. ‘자기만을 믿으라’고 한다고
“옳지, 술 생각이 나는데 한번 가볼까?” 이렇게 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그것은 자기가 아닙니다. 망상이고 도둑놈이란 말입니다. 내가 누누이 말
하지만 ‘자기’란 것은 ‘깨끗한 자기’를 말함이지 ‘거짓의 자기’를 말하는 것
이 아닙니다.
마을 성인인 공자孔子도 말했습니다. “70살이 되니 마음이 하고 싶은
9)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從心所欲不踰矩] .”고, 동으로 가
고 싶으면 동으로 가고, 서로 가고 싶으면 서쪽으로 가고, 앉고 싶으면 앉
고, 무슨 짓을 해도 법도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나쁜 짓 안 한
다는 말입니다.
심청정, 허공보다 더 깨끗한 이 마음을 실제로 알고 보면, 직접 자기가
증득해 놓고 보면 이리 가도 대해탈 경계, 저리 가도 대해탈 경계, 부처님
9)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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