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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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 법을 성취하려면
부처와 조사를 원수와 같이 보라. 見佛祖, 如寃家相似人.” 8)
부처와 조사를 원수와 같이 보라니!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자
기 마음만 믿어야 합니다. 자기 마음이 부처이고 자기 마음이 조사입니
다. 자기 마음이 극락이며 자기 마음이 천당입니다. 자기 마음을 놓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처와 조사는 꿈속에서 하는 소리입니다. 부처와 조
사를 원수같이 보라고 하면 말 다한 것 아닙니까.
예수교를 공부하는 어떤 사람이 벽에 부닥쳤습니다. 더 나아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참선을 해보겠다고 나를 찾아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면 참선을 해야 되는데, 당신이 참선을 하려면
근본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입니까?”
“스님들도 참선을 하려면 불교부터 버려야 되는데, 당신이 예수교를
버리지 않으면 이 공부는 못 해. 예수교라는 속박에서부터 벗어나야 돼!”
“스님, 가서 생각해 보고 오겠습니다.”
“허허, 생각해 보고 온다는 말은 안 온다는 말 아냐? 예수교 못 버리면
아예 오지 말아. 그래서는 백 년 해봤자 참선參禪이 안 돼.”
내가 처음에 ‘심청정’이라 한 것은 부처와 조사도 설 수 없는 그런 청정
8) 『밀암화상어록密菴和尙語錄』 「영은불해회중오비구靈隱佛海會中五比丘·행개구법어行 丐 求法語」에 나오는 구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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