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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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것이니, 그런 사상은 노예같은 생활조차 덕德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

            지 않습니까. 초월신은 주인이 되고 모든 사람은 종같이 되어 그 지배를
            받아야 되니 자기 자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기침도 한 번 크게 못 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교의 주장은 다릅니다. 본시 인간이란 불성佛性이 다 있

            어서 자성自性이 청정하고 깨끗하여 거기에는 부처님도 설 수 없고 조사
            도 설 수 없습니다. ‘심청정’하여 깨끗하다고 한 거기에서는 부처도 때〔垢〕

            이고, 조사도 때입니다. 팔만대장경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고!
              그토록 깨끗한 곳, 일체 망상이 다 떨어진 곳에서는 부처의 지배도 받

            지 않고 조사의 지배도 받지 않고, 어떤 지배도 받지 않는 대자유 대해탈
            경계입니다. 어떤 속박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외부의 상대적인 무

            슨 지배를 받고 무슨 속박을 받고 하겠습니까. 그런 것은 불교에서는 근
            본적으로 대 금기禁忌입니다. 이것이 대해탈인 동시에 성불이며 열반이라

            고 하는 것입니다.
              서양 사람들도 자유에 대해 많이들 말합니다. 인간은 자유이며 평등이

            라고. 그러나 참다운 자유는 심청정을 실제로 증득하고 심광명을 증득해
            서 청정과 광명이 거리낌없이 무애한 그 속에서 놀아야만 비로소 참으로

            대자유자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는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고 무조건 복종하고, 이렇게 되면 자유가 어디 있습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해탈되어 있습니다. 해탈되어 있는데 번뇌망상 때
            문에 여러 가지 구속이 생겨났습니다. 번뇌망상만 완전히 끊어 버리고 무

            심을 증하여 본래의 대자유를 회복할 것 같으면, 그러면 천상천하天上天
            下에 유아독존唯我獨尊입니다. 내가 가장 높다 그 말입니다. ‘나’라는 것도

            설 수 없는 것인데, 부처님께서 말로 표현하자니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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