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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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1호 | 달과 손가락 사이 19
따스한 남쪽은 잊어라
깜깜한 방구석에만 쳐 박혀 있지마라
마음속의 칼은 시퍼렇게 갈아 푸른 바다에 던
져버려라
그늘의 법석法席
붓다가 아난에게 묻는다
새벽은,
마음이 가장 어두운 자에게 먼저 온다고 생각
최재목 시인·영남대 교수
하는가?
- 아닙니다 붓다여!
늦가을 산정에서 홀로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답게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아닙니다 붓다여!
제가 먼저 열반에 들면
더 이상 지상엔 아무도 없습니다
붓다께서는 山上山下唯我獨尊,
홀로 법석을 열어야 합니다
그러면 붓다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조용히 뱃살이 늘어가듯
툭 삐져나온 영취산 밑으로 그늘이 쌓일 무렵,
뼈만 앙상한 붓다가 홀로 맨발로 걸어 내려온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졸업, 일본 츠쿠 아난이 가고,
바대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한국양명
마지막으로 붓다가 떠나갔다
학회장·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등 역
임. 저서로 『상상의 불교학』 등 30여 권 그늘이 홀로 어둠을 위해 법석을 연다
이 있고, 논문으로 「원효와 왕양명」 등
200여 편이 있다. 6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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