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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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설】 보통 사람들은 꽃을 보면 꽃에 마음이 머물고 사람을 만나면 사람
에 마음이 머문다. 이처럼 부딪치는 외경에 마음이 따라가 본래 마음을 잃
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견성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어떤 경계를 대하더라
도 그 경계에 마음이 머물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본성을 분명하게 본 사람
은 경계에 동요하지 않고, 또 경계에 동요하지 않아야 성품을 바로 본 것
이니 이를 무생법인을 증득한 것이라 한다. 따라서 앞서 마조 스님께서 말
씀하신 “성품을 보아 무생법인을 증득한다.” 함은 곧 불지를 증득하는 것
이지 보살의 지혜를 얻는 것은 아니다.
만일 제8 아뢰야식의 미세망상은 고사하고 제6식의 추중망상도 벗어나
지 못한 해오解悟를 견성이라 한다면 이는 부처와 조사의 혜명을 단절하고
중생의 바른길을 파괴하는 정법의 대역죄인이다. 혹자는 대역죄인이라 하
면 너무 심한 표현 아닌가 하겠지만 결코 심한 표현이 아니다. 이단의 사견
에 빠져 망견을 불법이라 여기고 남에게 가르친다면 자신도 망치고 남도
망치는 짓이다. 더불어 정법을 파괴해 부처님의 바른 법이 전해질 수 없게
만드는 죄인이 되는 것이니 어찌 대역죄인이 아니라 하겠는가? 고불고조를
표방으로 삼아 정법을 바로 이어야지, 이단의 잘못된 견해에 떨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러니 잡다한 이론에 휩싸여 구구한 입씨름하지 말고, 견
성은 성불을 말하고 성불은 곧 견성이라는 고불고조의 확고한 말씀에 의
지해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1) 마음을 요동시키는 이익[利]·손해[衰]·비방[毁]·찬양[譽]·칭찬[稱]·꾸지람[譏]·괴로움[苦]·즐거움[樂]
의 여덟 가지 외부 조건.
2) 당나라 때 거사(797-870). 규봉종밀圭峰宗密과 벗이 되었고 황벽희운黃檗希運을 초빙하여 선법을 참구하고
공부했다. 『권발보리심勸發菩提心』을 지었고 황벽과의 문답을 기록한 『전심법요傳心法要』가 전함. 규봉종
밀의 여러 저서에 서문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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