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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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성공지학性空之學을 지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리’의 중시
는 바로 ‘돈오頓悟’를 도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도생은 “진리眞理는 스스로 그러하여[自然]하여 깨달으면 그윽이 부합符
合한다. 진리는 차등이 없으니, 깨달음에 어찌 변화[易]를 용납할 것인가?
변화가 없는 체體는 담담히 항상 비추지만, 다만 어리석음을 따라 근본에
어긋남으로 깨달음이 내게 있지 아니할 뿐이다. 진실로 능히 이르러 구한
8)
다면, 바로 미혹을 되돌려 극極으로 돌아간다.” 라고 하여 참다운 ‘리’의 성
격을 ‘변화가 없는 몸[不易之體]’이고 ‘담연상조湛然常照’하는 것으로 규정하
며, 그를 통하여 “‘돈頓’이라 하는 것은 이치를 나눌 수 없음[理不可分]을 밝
힌 것이고, ‘오悟’는 지극히 비춤[極照]을 말한다. 불이不二의 깨달음으로 나
눌 수 없는 이치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치[理]와 지혜[智]가 함께 어우러짐
9)
을 ‘돈오’라고 한다.” 라고 ‘돈오’의 개념을 도출하고 있다.
구마라집은 중관반야학을 중국에 전래하면서 ‘실상무상’의 ‘실상론’을
개진하였고, 승조는 본격적인 중국반야학을 전개하면서 ‘비유비무’를 통
해 ‘촉사이진觸事而眞’, ‘체용불이體用不二’, ‘즉체즉용卽體卽用’, ‘입처즉진入處
卽眞’ 등의 개념들을 제시하였다. 또한 도생은 본격적인 ‘불성론’을 제시하
면서 ‘돈오’라는 인류문화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중대한 ‘기제機制’를 제
시하였다. 이러한 구마라집과 승조, 도생은 중국불교에 심원한 영향을 미
쳤으며, 이들이 제시한 개념들은 후대에 성립한 조사선에서 핵심적인 선
리禪理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하겠다.
[
8) 梁]寶亮等撰, 『大般涅槃經集解』卷1(大正藏37, 380c), “夫眞理自然, 悟亦冥符, 眞則無差. 悟豈容易, 不易之
體, 爲湛然常照, 但從迷乖之, 事未在我耳. 苟能涉求, 便反迷歸極.”
9) [唐]慧達, 『肇論疏』(卍續藏54, 55b), “夫稱頓者, 明理不可分, 悟語極照. 以不二之悟符不分之理. 理智兼釋,
謂之頓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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